• 서브비주얼01

주일 설교말씀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세상 것을 많이 소유한자가 갖은 것이 많지 않은 자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이 여간해서 쉽지 않다. 가령 학문을 많이 가진 자가 배우지 못 한자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나, 권력을 많이 가진 자가 권력도 없는 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것이나, 부자가 가난한자에게 머리를 숙인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남부러울 것이 사는 사람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예수를 믿는다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는 교회를 다니며 입으로는 주님 이름을 열심히 부르는 자들조차도 예수의 삶을 살라고 하면, 어떻게 그렇게 살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판국이다. 이런 자들이 영생을 얻고자 하여 하는 행위란 고작 종교적인 행위에 불과하다. 영생을 얻기 위해서는 죄의 삯인 내가 죽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오늘 본문에 나오는 삭개오라는 인물은 세리장이요 부자라고 말하고 있다. 그는 세상말로 하자면 조금도 남부러울 게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당시 율법사와 서기관들도 믿으려 하지 않던 예수를 좀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서 예수께서 지나가시는 길목을 미리 알고 뽕나무위에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은 오늘날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를 더욱더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은 “예수께서 그 곳에 이르사 우러러 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留)하여야 하겠다.”고 하시자 삭개오는 급히 내려와 즐거워하며 예수를 자신의 집으로 영접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삭개오가 어떤 마음을 갖고 예수를 보려고 뽕나무에 올라가 미리 기다리고 있었는가를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다. 삭개오가 그저 소문만 듣고 예수가 어떤 인물인가하고 한번 구경이나 하려는 마음을 갖고 예수를 보려고 했다면, 예수께서도 그를 부르지도 안했겠지만 삭개오도 예수가 불렀을 때, ‘급히 내려와 즐거운 마음으로 영접했겠느냐?’하는 것이 우리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삭개오는 이미 집을 나서면서부터 무엇인가 마음에 다짐을 하고 달려갔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삭개오는 예수를 집에 모시고 들어가자 자신의 소유물 절반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주겠다고 스스로 주님 앞에 다짐한다. 그리고 만일 뉘 것을 토색한 일이 있거든 사 배나 더해서 갚겠다고 선언한다. 삭개오의 이 결심은 예수에게 일시적인 호감을 얻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비록 지난날은 그렇게 살았을지라도 이제부터 즉, 예수를 만나고 난후의 삶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고 하는 고백이다. 그러니까 그동안 축적한 부는 가난한자들을 위해 내 놓을 것이고, 만일 그동안 뉘 것을 강재로 빼앗은 것이 드러나거든 율법대로 사 배를 더해서 갚겠다는 말이다. 삭개오의 이 선언은 엄밀히 말하여 그동안 부자로 살아온 것에 대한 절실한 뉘우침이다. 삭개오의 이 고백은 오늘날 황금만능주의에 사로잡혀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부자가 어떻게 해서 구원을 얻게 되는가 하는 것을 잘 말해주고 있다. 삭개오는 자신의 물질관을 크게 뉘우침으로 말미암아 주님을 감동시켜서 “오늘 구원이 이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하시는 주님의 놀라운 선언을 듣게 된다. 

이런 광경을 구경하고 있던 뭇사람들은 삭개오와 예수를, 죄인과 죄인의 집에 들어간 자라하여 싸잡아 비난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들이 욕을 하고 비난할지라도 그와 상관없이 구원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이 세상을 마감하고 주님 심판대 앞에 섰을 때, 과연 누가 더 현명한 자였는가는 그때 가서는 알겠지만, 그러나 그때는 이미 후회에도 소용이 없다. 오늘 우리는 삭개오와 같은 마음이 내게도 있는지 살펴볼 일이다. 

공유하기
등록자

bansuk

등록일
2002-10-21 19:51
조회
350